플레이보이가 블록체인을 좋아하는 이유

머니투데이 조성은 기자 2018.03.24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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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다운로드·무단도용을 막기 위해 블록체인 기술 도입하는 성인콘텐츠산업

블록체인 기반 성인콘텐츠 플랫폼 스팽크체인의 유투브 광고/사진제공=스팽크체인 유투브 광고 캡쳐블록체인 기반 성인콘텐츠 플랫폼 스팽크체인의 유투브 광고/사진제공=스팽크체인 유투브 광고 캡쳐


불법 다운로드, 무단도용 등의 저작권 문제로 한때 사양될 위기에 처했던 미국 내 성인콘텐츠산업이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오랜 골칫거리였던 저작권 문제의 해결책을 찾아가면서 제2의 전성기를 꿈꾸고 있다. 성인콘텐츠산업은 블록체인 기술과 접목해 시너지를 내며 성공한 대표적인 산업으로 손꼽힌다.

블록체인 기반 성인콘텐츠 플랫폼 스팽크체인(Spankchain)의 공동창업자 겸 성인물 배우 제니스 그리피스(Janice Griffith)는 블록체인 기술 개발에 대한 관심과 열정이 남다르다. 그녀는 가상통화 정보 사이트인 코인데스크와의 인터뷰에서 "틈날 때마다 블록체인 기술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블록체인의 다양한 활용 방안을 늘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스팽크체인은 2017년 11월 이더리움 기반의 자체 가상통화인 '스팽크체인 토큰'(SPANK)을 발행하고 자사 방송서비스인 '라이브캠'의 시청료 지불수단으로 도입해 플랫폼을 활성화 시켰다.

미국 성인잡지 플레이보이도 자사 콘텐츠 결제수단에 가상통화를 추가하기 위해 암호지갑 개발을 진행 중이다. 플레이보이는 지난 15일 "플레이보이만의 독창적인 콘텐츠를 볼 수 있는 플레이보이 TV의 새 온라인 플랫폼에 가상통화를 지불수단으로 도입할 것"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플레이보이가 지불수단으로 선택한 가상통화는 캐나다계 블록체인 기반 성인콘텐츠 플랫폼 바이스인더스트리(Vice Industry)가 자체 개발한 가상통화 'VIT'(바이스인더스트리토큰)다.

VIT는 이더리움 기반의 가상통화로 지난 2월 첫 ICO를 진행했다. 당시 ICO를 시작한지 하루만에 2200만 달러(240억원) 모금에 성공하면서 투자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성인콘텐츠 관련 기업들이 블록체인 기술에 열광하는 이유는 블록체인의 '조작 불가능성' 때문이다. 이러한 블록체인의 특성은 전문가들에 의해 성인콘텐츠산업과 블록체인 기술이 결합해 가장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요인으로 해석된다.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영화와 드라마, 음원 등의 콘텐츠를 시청하는 불법 다운로드가 성행하던 시절 관련 산업들은 줄줄이 경영난에 빠지거나 최악의 경우 파산하기도 했다. 성인콘텐츠산업도 같은 이유로 여러 차례 큰 위기를 겪었다.

그런데 불법 복제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면 저작권 관련 산업의 콘텐츠들은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된다. 그리피스는 "스팽크체인은 블록체인 시스템 내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대한 완벽한 기록을 갖고 있고, 이를 통해 인터넷 상에 퍼져있는 무단도용 콘텐츠를 색출해낼 수 있는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며 블록체인 기술 개발을 위한 적극적인 투자 의지를 드러냈다.

또한 대부분의 블록체인 기반 성인콘텐츠 관련 기업들은 진정성 있는 고객들의 의견을 수집하기 위해 '익명성'이라는 블록체인의 또 다른 특성을 이용하기도 한다.

플랫폼 이용자는 콘텐츠를 결제하기 위해 가상통화를 사용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콘텐츠를 시청한 후 의견을 남기거나 설문에 참여한 대가로 가상통화를 지급받을 수도 있다.

그런데 최근 'FOSTA'(온라인 성매매 퇴치법)가 미국 상하원의 압도적인 지지 속에 통과되면서 성인콘텐츠 및 블록체인 산업 관계자들 사이에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FOSTA는 성매매 광고나 관련 콘텐츠를 게시한 온라인 사이트에게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법안으로 현재 트럼프 대통령의 최종 사인만을 앞둔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법 조항에 의거해 앞으로 성인콘텐츠 유통 플랫폼과 콘텐츠 제작자, 가상통화로 콘텐츠를 결제한 이용자 모두가 언제든 잠재적 민·형사 처벌 대상자가 될 수 있다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며 이는 결국 "성인콘텐츠산업과 블록체인 산업의 발전을 저해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리피스도 "특정 콘텐츠에 성매매 피해자가 가담된 것이 확인될 경우 해당 콘텐츠를 게재한 플랫폼과 이를 시청한 이용자가 성범죄자 대신 법적책임을 져야 할 수도 있다"며 법안의 맹점을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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